A와 B는 모두 각자의 아픔을 가진 청년이었다. 각자의 방에서 긴 시간동안 나오지 못하던 두 친구, B는 3년전 리커버리센터의 문을 두드렸고, 지난해엔 A가 리커버리센터에 입소했다.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본 둘은 금방 친구가 되었다. 둘은 스페인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추억을 쌓았고, 센터에서도 밖에서도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
센터에서의 시간을 보내고 회복한 A가 바하밥집의 문을 두드렸다. 올 3월이었다.
이제는 자신도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다며, 밥집 주방에서 칼과 주걱을 들었다.
6개월동안 매주 화목 밥집의 주방에서 손님들께 드릴 음식을 만들었다. 서툴던 칼질은 어느덧 요리사를 방불케 했고, 짜장과 카레를 볶는 데 도사가 되었다.
지난달엔 회사를 다니다 그만 둔 B가 밥집으로 찾아왔다. A처럼 자신도 봉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두 친구는 그렇게 함께 칼과 주걱을 잡았다. 죽이 척척 맞아서 서로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밥집의 주방을 웃는 소리로 채워주었다.
어느날 두 친구에게 ‘대체 왜 이 더운 밥집 주방에서 땀을 쏟아가며 그렇게 열심히 봉사하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이 참 비슷해서 놀랐다. ‘그냥, 밥집이 좋아서요.’
봉사를 하면 보람을 느낄 수 있고 남들을 돕는게 좋고... 뭐 이런 대답을 기대한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냥 밥집이 좋다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런 이야기를 다른 봉사자들에게도 몇 번 들은 적이 있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몇 년동안 계속해서 밥집을 찾는 봉사자들, 숨가쁜 직장생활을
멈추고 잠시 휴식하는 그 귀한 시간을 밥집 주방에서 보내던 봉사자들, 언제나 조리를 책임져주던 어머니 또래의 봉사자들.
그분들도 한결같이 그냥 밥집이 좋다고 했다. 거창한 이유를 대며 봉사를 한다고 설명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 밥집은 그냥 좋은곳이었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꽤나 많은 사람들이 덥고 춥고 힘든 밥집의 주방을 그냥 좋아해 주었다. 두 친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 친구는 미래를 위해 곧 외국으로 떠나고, 또다른 한 친구는 재취업을 해서 밥집을 떠나겠지만, 시간이 흐른 그 때에도 바하밥집은 또다른 누군가에게 그냥 좋은 곳으로 오래오래 남고 싶다. 이유를 붙이지 않아도, 그냥 좋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