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대략 10여년 전, 교복을 입은 학생 두명이 바하밥집의 주방을 채워 주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매일 저녁 배식봉사는 물론, 배식이 끝난 후 200여개가 넘는 식판과 국통, 반찬통을 직원들과 함께 설거지하며 늦은 시간까지 웃음소리로 주방을 지켜주던 두 친구가 이제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해 밥집을 다시 찾아주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한명의 외국 유학의 길로, 한 명은 취업전선으로 뛰어들며
각자의 꿈을 향해 나아갔고, 숨가쁜 인생과 만만치만은 않은 사회생활을 마주하며
성장한 두 아이들은 한 템포 숨을 돌리는 인생의 귀중한 순간에, 자신들의 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했던 바하밥집을 떠올리고 찾아주었습니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던 바하밥집이었지만, 언제나 자신들의 가슴 한 켠 에 따스하고 즐거운 곳으로 남아 있던 밥집, 꼭 오고 싶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전에 비해 많이 늙었다(?)며 놀리기도 하며
정겨운 시간을 보내고선, 10년 전 그때처럼 함께 배식봉사에 나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를 연신 외치며 손님들께 식사를 나누어 드리는 모습을 보니
10년 전 앳된 모습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듯 해서 저절로 웃음이 지어졌습니다.
그때 그 시절 바하밥집, 지금보다도 더 열악했던 주방과 산더미같이 많았던 설거지거리와 칼바람과 땡볕을 뚫고 밥을 푸던 일들이 아이들의 가슴 속에 꺼내보면 따뜻하고 즐거웠던 추억으로 남아 있어 주었다니 참 기쁘고 감사한 일입니다.
밥집의 주방과 배식현장을 웃음으로 가득 채워주었던 아름다운 아이들 역시
바하밥집의 가슴속에 따스하고 아름다운 사람들로 남아있습니다. |